[구게시판] - 2000/11/01
<사용 기기>
1. 파워 앰프 ; Audion(영국제) Silver Night(Triode)
Western Electric 300B를 사용하고 있음.
Philips 5687 1개 / Silvania 6922 1개
2. 프리 앰프 : Audion Silver Night(premier)
Silvania 6922 진공관 4개가 장착되었으나, 사용 설명서를 보니
2개만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3. 스피커 : PMC TB-1
4. CDP : 태광 Honor TCD- 2 (나소텍에서 L- clock XO 장착)
5. DA : MSB (나소텍에서 Opamp module 장착)
6. Tuner : Sansui Tu - 717 (아날로그)
7. 디지털 케이블 : Audio Alchemy(Clear stream)
8. 인터 커넥터 ; DA - Pre (이판사판 - 오디오 갤러리)
Tuner - Pre (Sonic)
Pre - Power (MIT terminator 4)
<청취 음반>
1. The Ultimate Demonstration Disc(Chesky Records' Guide to Critical Listening) - 황인용씨가 해설하는 음반
2. Niccolo Paganini, Violine & Gitarre(Six Sonatas for violin and Guitar op. 3)
3. Together, Julian Bream and John Williams
4. Elgar, Cello concerto, (EMI classics, Sir John Barbirolli)
5. Debut, Inessa Galante (Ave Maria, G. Caccini)
6. rebecca pidgeon, four marys
7. a dream, 신영옥
8. Sarah Vaughan: Duke Ellington(song book two)
9. Side by Side(Itzhak perlman. Oscar Peterson)
10. Hotel California, Eagles
11. 여행 스케치, 세 가지 소원 3
12. 김민기, 2집
13. Chesky Records CD 12 Tchaikovsky Capriccio Italien, Op. 45 외 다수
<청취 소감>
오디오를 하다 보면 <사고 친다>, 혹은 <일 냈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주제에 안 맞게 업그레이드하거나, 무리하게 비싼 물건을 샀을 때 주로 그런 말을 쓴다. 나도 지난 일년간 여러 번 <사고치고도> 정신 못 차린 사람 중에 하나이다. 지난 일년 동안을 뒤돌아보면 거의 한 달이나 두 달 사이로 기기 하나 씩을 사던지 바꾼 것 같다. 그 동안 투자된 돈이야 나의 처지에서는 엄청난 금액들이었다. 그렇게 <사고를 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은 무엇인가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물론 그렇게 <사고를 치고> 나면 몇 일 간은 만족하며 음악을 듣지만, 대개는 15일이 고비인 듯 하다. 15일이 지나면 바뀐 소리에 익숙해지고, 그러고 나면 마음이 시들해진다. 그러면 다음 사고 칠 것을 구상하고 한다.
이번 <나소텍>에서 실시한 에 신청서를 내놓게 마음에 떠오른 것이, <또 사고 쳤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지난 번 것들과는 달리 <돈>으로 사고 친 것이 아니라, <무식함>으로 <사고 쳤다>는 것이 달랐다. 마음씨 좋은 손동찬 사장님이 보내주신 스피커선을 받아보는 순간 <참 곱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거의 <막귀> 수준으로 무슨 소감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쓴 소감문을 보면 아주 감칠맛 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 섞어가면서 조목조목 분석을 잘 해 놓았던데.... 분명 이것은 <사고 친 것> 이었다. 수준 이하의 글을 읽는 이들의 넓은 마음과 손동찬 사장님의 깊은 마음을 바라고 써내려 갈 수밖에...
처음 스피커 선을 보는 순간 은빛의 얇은 두 가닥의 선이 너무도 곱게 느껴졌다. 내가 사용하던 선은 오디오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이판사판>이라는 스피커 선인데, 그 굵기가 만만치 않고 심이 굵어서 잘 휘어지지도 않아 연결하려면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선을 보다 Opaline 선을 보니 곱게 예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한 마음에 스피커 선을 바로 연결하고, 평소에 자주 듣던 Paganini의 기타와 바이올린 2 중주 음반을 걸었다. 처음 느끼는 것은 바이올린이 쏜다는 느낌과 기타의 힘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직 에이징이 안되어서> 뻑뻑한 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았는지, 2주일이 지난 지금 글을 쓰면서 같은 판을 걸어 듣고 있는데, 그 때에 비하면 훨씬 바이올린 소리도 부드러워졌고 기타도 어느 정도 힘을 얻은 것 같다. 특히 14번과 15번 곡인 <룻시니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의 바이올린 소리는 매우 고혹적이다.
두 번째로 들은 음반은 너무도 유명한 기타 2중주인 였다.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소리가 낙엽 떨어져 있는 정원과 잘 어울리는 '가을의 소리' 같았다. 기타의 소리들은 단단히 조여진 듯 명확한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 회상력과 무대 정위감도 괜찮았다. 특히 10번곡인 <엔리크 그라나도스>는 두 대의 기타가 명확히 느껴지면서 강과 약을 정확히 표현해주는 듯하였다. 이쯤 듣고 나니, 참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평소에 잘 듣던 여러 음반을 들어보면서, 이전의 소리와의 차이를 느껴보려고 노력하였으며, Opaline 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였다. 그 중에서도 반복해서 들은 것은 Listening 기술을 연습시켜주는 Chesky의 였다. 이 음반은 황인용씨가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소리가 어떻게 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좋은 음반이기 때문이었다. 이 음반을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서 Opaline 선이 전반적으로 괜찮은 소리를 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드럼 소리나, 섹소폰 소리는 <참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회상력과 임장감, 그리고 투명도(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음악을 들음)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일 주일간을 그렇게 소리를 듣고 나서, 괜히 <이판사판> 스피커 선과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판사판>선과 비교시청을 해 보았다. 가격 면에서는 <이판사판>이 약간 더 비싼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好-不好>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듯하다. <이판사판>의 소리는 힘이 있었고, 소리가 시원하게 뻗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반면 전반적으로 거칠면서 약간은 과장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하여 약간은 시끄럽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은 분명하였다. 반면에 Opaline는 시원하게 뻗어준다는 느낌보다는 조용히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장되지 않은 소리로 시끄럽지 않고 맑은 소리를 내 주었다. 여인으로 비유한다면 <이판사판>은 글러머에 왈가닥 형이라고 한다면, Opaline은 연약한 요조숙녀 같다 할 수 있을 듯 싶다. 이와 같이 둘은 분명한 특성을 갖고 있었으며, 서로의 아쉬운 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면 둘이 각각 버릴 수 없는 장점도 또한 가지고 있었다. 둘의 장점만을 갖는 스피커 선이라면 작금에 유행하는 너바나 선이나 되지 않을까 쉽다(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Oplaine 스피커 선은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선인 듯 싶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아주 현대적이다. 마치 도시 깔끔한 여성을 만난 듯하다. 약간은 깍쟁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준다. 흐트러짐이 없고, 악기와 소리가 있어야 할 곳에서 소리를 내주는 듯하다. 그것은 아마도 조여주는 특성을 가진 선이 가지는 기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성 성악가의 소리에서는 약간 더 힘이 있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는다. 특히 나의 기기들이 워낙 힘이 없는 것들이어서 그런지, 더욱 그 부분이 부각되어 다가왔다. 하지만 오디오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싼값에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자기 취향에 맞게, 자기가 어떤 한 방향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Oplaine은 평소에 소리가 약간 거칠게 들렸던 시스템이었다면, 어느 정도 보정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스피커 선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범위라는 것이 매우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분명 다른 소리는 들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나도 당분간은 Opaine 선을 걸어 놓고 들어보려고 한다. 나의 기기들과 어울려서 나오는 소리가, 가을의 그 전경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은 레베카 피존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이 가을밤의 귀뚜라미 소리 같이, 나의 마음에 다가와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 p.s. 손동찬 사장님께; 쓰다 보니, 너무 주절주절 한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막귀>인 저를 믿고 필드 테스트에 참가 시켜준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흡한 것이 있다면 메일을 통해서 알려주시면 다시 노력해 보겠습니다. 어떻게든지 기한 내에 소감문을 적어 올리려니 힘드네요. 그리고 신청할 때는 천리안에 올리기로 했는데, 천리안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서, 일단 나소텍 홈페치지 올리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다른 곳에 올리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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